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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묻은 돈 모아 장학금으로

(앵커)
광주 상무금요시장에서 채소를 팔아온
노점상 할머니가
전남대에 1억원을 기부했습니다.

그동안 모은 흙 묻은 돈을
채소를 담아 파는
파란 비닐 봉투에 담아 전달했습니다.

우종훈 기자가 노점상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기자)

상무 금요시장 터줏대감 김정순 할머니는
오늘도 좌판을 깔고 채소를 팝니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어쩐지 오늘은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뜸하지만
김 할머니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며칠전 채소를 팔아 평생 모아온 돈
1억원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기부한 사실이 못내 기뻐서입니다.

(인터뷰)김정순 할머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을 수가 없어. 내가 품은 (장학금 주겠다는) 마음을 딱 줘버리니까."

큰 돈을 기부했지만 할머니 형편이 넉넉한 건 아닙니다.

할머니가 50년 동안 살면서 네 자녀를
키워낸 허름한 한옥.

지붕엔 구멍이 나 빗물이 새고
작은방엔 흔한 보일러 한대도 놓지 않아
겨울이면 텐트를 치고 잠을 자야 합니다.

맛있는 것, 따뜻한 것을 마다하며
모아 온 큰 돈을 선뜻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김정순 할머니
"나는 어려서 공부를 못해가지고 한이 맺힌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번 돈으로 장학금을 내면 그 학생들이 큰 일꾼이 되고 훌륭한 사람이 되면 난 마음이 흡족해."

할머니는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들고
직접 학교를 찾았습니다.

(스탠드업)
"할머니는 흙이 묻은 돈을 이처럼 채소를 담는 파란 봉투에 넣어 전남대학교에 전달했습니다."

돈을 직접 받아든 학교 교직원은 채소 봉투에 흙묻은 돈을 받아든 순간이 아직도 뭉클합니다.

(싱크)이순곤/전남대학교 대변인
"야채 담는 파란색 비닐봉지 있죠. 그곳에 (돈을) 담아 오셔서 우리 직원들이 보고 할머니의 진정성, 순수함 (느꼈죠.)"

한 주도 장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할머니의 성실함은 이곳 시장에서도 유명합니다.

(인터뷰)정안순/시장 상인
"눈이 쌓여 가지고 여기 자기 자리를 몰라볼 정도로 그렇게 눈이 쌓여도 (시장에) 오셨어."

장학금을 내놓은 지금이 70 평생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할머니,

배우고 싶지만 돈이 부족해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기부는
이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인터뷰)김정순 할머니
"아, 장학금 또 낼 수도 있지. 그 마음이 여기에 있어."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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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훈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시사팀 탐사*기획보도 담당

"뻔하게 말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