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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간병의 굴레

(앵커)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죠.

특히 치매나 중증질환같이
평생 돌봐야할 환자를
가족으로 둔 경우에는
간병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광주MBC는 연속 보도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먼저,
중증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간병'의 실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남궁 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들은 올해 27살이 됐지만, 엄마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들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발달장애 1급 장애인입니다.

혼자서는 밥을 먹지도, 몸을 씻지도 못하고

(인터뷰)A씨(발달장애인 엄마)(음성변조)
"아무리 추워도 더 추운데 살았어도 옷을 안 입어요"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집안 집기를 부수고, 자해를하기도 합니다.

뇌전증까지 앓고 있어 언제 어디서 발작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인터뷰)A씨(발달장애인 엄마)(음성변조)
우리 애 같은 경우는 대발작이라고 하는데 전신이 뒤틀려요. 뒤틀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이런 아들 옆을 지킨 지 30년이 돼가는 엄마는 지쳐갑니다.

오랜 간병과 돌봄으로 몸이 아파도 자신을 돌볼 마음의 여유와 시간은 없습니다.

(인터뷰)A씨(발달장애인 엄마)
"죽더라도 내 앞에서 죽는 걸 봐야지 밖에서 잊어버리면 한 맺히잖아요. 하는 데까진 하자고 하는데...제가 지치니까 제 몸 감당하기도 힘들지만, 애를 위해서 연명하는 식이죠. 겨우겨우."

장기간 돌봄과 간병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족은 점점 피폐해져 갑니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중증장애인 형을 살해한 용의자로 친동생이 지목됐고,

2015년에는 발달장애인 아들을 70대 아버지가 살해하기도 했습니다.

(전화인터뷰)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간병이)장기화되다 보면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고, 해도 해도 안 되는구나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감정이 들게 되고 그런 행동들이 결국은 범죄인 간병살인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CG)
한 연구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을 15년 이상, 하루 평균 8시간 돌보는 가족의 60%가 우울증이 있고, 4명 중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여주는 사회적 지원이 있을 때 우울감과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화인터뷰)이성희/마음살림 가족지원협의회 대표
"모든 것이 환자 우선이기 때문에 자기 아픈 것도 억제하고 힘든 것도 억제하다 보면 건강을 잃게 되는 거죠."

집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전국에 260만 명.

이 가운데 절반은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고, 그 대부분을 가족이 감당하고 있습니다.

(스탠드업)
저희와 만난 가족들은 단 하루라도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그럼 이런 가족 돌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은 없는 것일까요.

있다면 왜 가족들은 돌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어서 우종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우종훈 리포트)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2007년에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부분CG)
활동지원사가 집으로 찾아와 장애인을 일정 시간 돌봐 주거나, 일과 시간 동안 장애인을 시설에서 봐주는 주간보호시설 등인데

국가가 장애인을 일정시간 책임져 줄 테니 그 시간만큼은 돌봄의 부담에서 벗어나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을 해소해 주지는 못합니다.

정작 돌봄 부담이 가장 심한 중증장애인 가족들은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CG)
중증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워 이용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인터뷰)A씨(발달장애인 엄마)(음성변조)
"우리 애 자체가 자기보다 체력이 약하면 무시해요. 그러니까 그런 사람 찾기가 힘들잖아요. 그런 게 있어요. 정말로"

활동보조사들도 중증장애인을 꺼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장애의 경중이나 돌봄 강도에 따라 돈을 더 받는 게 아니어서 굳이 힘든 일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활동지원사(음성변조)
"힘이 그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다루는 선생이나 활동보조인 입장으로서는 힘이 약하면 체력적으로 좋잖아요(더 선호하죠)"

정부가 장애등급제를 폐지해 활동지원 서비스 대상을 늘리는 등 정책과 제도를 바꾸고는 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박찬동/광주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
"실제 최중증장애인들은 (복지의)양과 시설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실제 그 사람(중증장애인)들 입맛에 맞는 보호할 만한 시설들은 여전히 부족한 거죠."

올해 광주시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사업으로 집행되는 금액은 780억 원.

활동지원을 간절히 바라는 중중장애인 간병 가족에게는 올해도 이 돈이 아무런 소용이 없을지
모릅니다.

(인터뷰)A씨(발달장애인 엄마)(음성변조)
"하다못해 일주일에 하루라도 안심하고 24시간 케어해 줄 때 그런 곳이 있으면 참 좋겠다. 완전히 진짜 믿고 맡길 곳. 그러면 우리도 충전이 되죠"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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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욱